Sungkuk Park
2020.07.21
Critique
끊김 없는 사회 (Seamless Society)

글. 박성국

웹 브라우저상에서 이 글을 읽는 사용자인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SNS, 유튜브(YouTube), 모바일 게임에 쏟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시간을 자동으로 분류해 기록하는 앱을 깔면 하루 24시간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비생산적인 활동에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로깅(logging)¹ 행위마저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기 위한 경쟁은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이미 고도화된 상태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LA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연구자인 제니 로덴하우스(Jenny Rodenhouse)의 <라이브-이쉬(LIVE-ISH)>는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라이브스트리밍 및 웹 퍼블리싱 작업이다. <라이브-이쉬(LIVE-ISH)>는 EP1: CUCUMBER KOOL-AID: THE RISE OF ESPORT LIVESTYLES, EP2:AR-TV, and EP3: PAIRINGS로 구획되어 있다. 이 작업은 작가 본인과 여러 디자이너와 연구자의 협업으로 게임, 쇼, 전시, 퍼포먼스를 망라하며 라이브 스트리밍 미디어를 통해 등장한 생활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그가 명명한 “라이브스타일(livestyle)”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다룬다.

라이프스타일에서 라이브스타일로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은 요리, 원예, 실내 인테리어 등의 생활 방식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름 아래 상품화하고 판매하여 부를 축적한 기업인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에 의해 1990년대에 대중화된 용어다. 제니 로덴하우스는 이 용어를 전유(appropriate)하여 사용자가 하루 24시간 주 7일 쉴 새 없이 스크린을 통해 구매하는 경험을 “라이브스타일(livestyle)”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이 경험은 “찾아지고, 발동되며, 관람되고, 플레이되며, 공유되고, 추적되며, 즐겨찾기 되고, 팔로우되며, 친구 추가되는” 모든 경험을 포괄하며 이는 전적으로 각 기업에 소속된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들에 의해 디자인되는 것이다.

사실 사용자의 경험을 구획하고 지배하려는 노력은 구글(Google)이라는 검색 엔진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에 웹상의 경험은 여러 개의 페이지를 통해 구획되고 분절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최근의 콘텐츠 소비는 무한히 연속된 피드(Feed)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더우인(抖音, Douyin), 흔히 “틱톡(TikTok)”으로 알려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핵심 경험은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swiping)만으로 거의 무한에 가깝게 추천되는 비디오 피드를 제공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다른 모든 경험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을 하나 지닌다. 바로 ‘끊김 없음성(seamlessness)’이다.

LIVE-ISH, EP3: Pairings, 3-The Live Spin Cycles Sessions: a set of live performances, 2019 - ongoing, courtesy of the artist Jenny Rodenhouse

끊김 없음성(Seamlessness)

현대 사회는 ‘끊기는 경험’을 금기시한다. 대도시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지하철 와이파이에서 경험하는 인터넷 끊김을 통해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지속되던 경험과 구분되는 단절면을 인지한다. 이 단절면을 영어로 ‘심(seam)’이라고 한다. ‘심(seam)’은 본래 옷의 솔기를 뜻하는 단어다. ‘심리스(seamless)’는 ‘끊김 없는 경험’을 수식할 때 쓰는 단어로 이는 잘 만들어진 옷에서 옷감의 결합 부분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자연스레 연결되는 고품질의 경험을 표현한다. 게임 영역에서 ‘심리스(seamless)’ 경험은 오픈 월드 게임으로 대변된다. 가상의 3D 세계를 탐험하는 플레이어는 하나의 지역에서 할 일을 마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기다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10년 사이 게임 업계에서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 5(Grand Theft Auto V, 2013)>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2017)>과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이 강세를 보였다. 이들은 게임에서 구현되는 각 지역 사이의 로딩(loading) 시간을 최소화. ‘끊김 없는 세계(seamless world)’를 구현했다.

마찬가지로 <라이브-이쉬(LIVE-ISH)>는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을 활용하여 전시 콘텐츠로 구성된 피드를 웹상에 구현한다. 무한 스크롤 기능은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의 페이지상에서 스크롤 바를 끝까지 내리면 시스템이 그 이벤트를 관찰(observe)하다가 해당 페이지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원리만 따지면 특별할 게 없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는 작가가 끊김 없는 콘텐츠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해당 기술을 바로 그 ‘끊김 없음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감각적 쾌적함을 제공하는 ‘끊김 없음성’의 최종 목적지는 사용자의 편의에 있지 않다. ‘끊김 없음성’의 강화는 끊임없이 소비할 것을 찾는 사용자의 시간과 인지 자원을 착취해 기업에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돌려주는 수단이 된다. 게임 업계에도 흔히 리텐션(retention)이라 부르는 지표가 있다. 게이머를 얼마나 더 오래 게임에 붙들어 두느냐를 표현하는 지표이며 ‘끊김 없는 경험’은 이 지표의 향상을 위해 봉사한다. 웹 브라우저상에서도 이러한 ‘끊김 없음성’은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SEO

어떤 사이트나 모바일 게임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일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플랫폼 홀더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광고 시장이나 앱 생태계에 뛰어들어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검색 또는 피처(featured) 알고리즘에 노출되어 지속해서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연관 검색어로 어떤 사이트나 게임이 순서상 먼저 나오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게임의 경우 “인기 있는 게임”이나 특정 장르 카테고리에서 상위 10위나 100위 내에 포함된다면 사용자가 해당 게임을 다운로드해 매출로 직결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특정 입력에 따른 사이트, 앱, 또는 게임 검색이나 추천 결과를 결정하는가? 이는 물론 검색 알고리즘 또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한 플랫폼 고객들의 경합은 구글 플레이, 애플 앱 스토어 등의 매분 매초 벌어지는 일이고, 알고리즘은 엄격한 보안 기술을 통해 비밀리에 유지된다. 만약 라이브 스트리밍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있다면 이 알고리즘을 사적으로 유용해 본인의 메시지나 콘텐츠를 송출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취하는 누군가의 등장일 것이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업의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착취 받는 대상은 결국 사용자와 플레이어들이다. 게임 내의 가상 재화를 얻어내거나 심지어 게임을 한 판 더 하려면 인 앱 광고(In-App Advertising)에 최소 10초에서 20초간 노출되어야 한다. 이 인 앱 광고를 통한 수익을 노린 하이퍼 캐주얼 게임(Hyper Casual Games)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등장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기계는 쉬는 법이 없고 지치는 법이 없기에 24시간 7일 내내 지속될 수 있는 이 ‘끊김 없는 경험’은 유기체로서의 인간의 ‘활동일주기(Circadian Rhythm)’를 교란한다.

Jenny Rodenhouse, Circadian Rhythm: Twitch While you twitch, Video Game, 2020, Courtesy of the artist

Research Image for the work Circadian Rhythm: Twitch While you twitch (2020)

활동일주기

‘활동일주기(活動日週期, Circadian Rhythm)’란 인간의 뇌의 배후에서 24시간 돌아가는 생체시계로 수면과 각성을 일정 간격으로 오고 가는 주기를 말한다. 장거리 여행 직후 시차 적응이 안 된다는 말은 이 활동일주기가 교란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라이브 스트리밍 시대에 사는 개인의 생체 시계는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는 일 없이도 쉴 새 없이 교란된다. 현대인의 일상이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모바일 기기를 깨우고, 출근 후에는 이메일과 슬랙(Slack)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퇴근하고 나서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틱톡에 올라온 피드 또는 트위치(Twitch) 게임 스트리밍 영상과 유튜브 실시간 트렌딩 영상을 보다 잠드는 삶이다. 끊임없이 콘텐츠의 소비에 노출된 인간에게 잠은 늘 부족하다.

제니 로덴하우스의 게임 <활동일주기(Circadian Rhythmz)>의 플레이어 캐릭터는 “꾸벅꾸벅 조는 놈(HYPNAGOGIC JERK)”이라는 텍스트가 따라다니는 반투명의 붉은색 원이다. 이 게임은 이 “꾸벅꾸벅 조는 놈”을 조작해 직사각형의 세계를 점프하며 배회하는 것이 전부다. 작가는 실시간 렌더링 게임 엔진 유니티(Unity)에 의해 구동되는 게임 루프(game loop) 안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시대를 사는 개인의 자화상을 플랫포머 게임(platformer games)의 장르적 형식을 빌려 표현한다.

작가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직사각형의 공간을 채우는 ‘로파이(Lo-Fi) 사운드’를 듣는다. ‘로파이(Lo-Fi)’는 저화질(Low Fidelity)의 약자로 ‘로파이 사운드’는 의도적으로 사운드의 음질을 낮추거나 빗소리나 파도 소리와 같은 잡음을 넣어 열화 시켜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듣는 이의 주의를 덜 끄는 사운드를 뜻한다. 흔히 “~할 때 듣기 좋은 음악” 따위의 이름으로 업로드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되는 이 사운드의 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로파이 사운드는 “영원히 끝날 거 같지 않을 만큼 지루한” 업무를 하는 시간이나 공부를 하는 시간, 또는 그 외의 권태로운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일종의 진통제로 활용된다. 즉, 로파이 사운드는 그 자체가 감상(appreciation)의 대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배경에 해당하는 배치된 객체들은 플레이어에게 자연스럽게 변상증(變像症, Pareidolia)을 유발한다. ‘A’키, ‘D’키, 그리고 ‘스페이스’ 키를 활용해 객체의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서면 꾸벅꾸벅 선잠을 자던 상태(hypnagogic)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주의를 끈다. 끝이 없는 플레이 중간중간에 화면 하단으로 떨어지면 게임은 초기 상태로 돌아오고 무한히 같은 게임 루프의 실행을 반복한다. 마치 이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모든 설정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을 돌아다니는 자신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아니면, 그 자신이 스트리머일 수도 있다. 스트리머와 스트리밍을 보는 관객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 사실이 게임 경험을 더 모호하게 만든다.

먹방과 잠방

라이브 스트리밍을 구현하는 스트리머(streamer)의 일상은 방송과 구별되지 않는다. 특히 게임 스트리밍은 한 두 시간 내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없다. “켠김에 왕까지”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스트리머가 수십 시간을 자지도 않고 플레이하는 게 흔한 일이다. 장시간 방송에서 스트리머는 식사를 카메라 앞의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먹방). 잠을 자는 콘텐츠(잠방)는 이제 스트리밍의 주류가 된 지 오래다. 이처럼 공적 활동과는 분리되어 내밀한 개인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식사와 수면 행위는 이제 수백, 수천 명 앞에서 실시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새로운 생활 양식에 각자가 개인으로서 저항할 수 있을까? <라이브-이쉬(LIVE-ISH)> 작업의 일환인 제니 로덴하우스의 에세이에 따르면 그의 관점은 일견 비관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우리 자신을 휴대 가능하고, 복제 가능하며, 예측 가능하고, 싸기 때문에 쓰고 버릴 수 있는(expandable) 존재”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 의도를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 이 순간 그의 트위치에서 다음 작품인 (2019-)가 라이브 스트리밍 중이기 때문이다. 단, 우리는 이 에피소드가 마지막일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박성국(朴聖國, Sungkuk Park)은 베를린에 거주 중인 게임 프로그래머이자 게임 비평가이다. 「“아트 게임(Art Game)”이라는 불가능의 가능성」, 「전시(展示)로서의 게임, 게임으로서의 전시」 등의 글을 잡지 월간 미술세계에 기고했다. 현재는 애니메이션과 VFX에 특히 관심을 두고 게임플레이와 시각적 기술의 결합을 수련하고 있다.

  1. 로깅(logging): 시스템 동작 시 시스템 상태나 작동 정보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록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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