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a Shin
2019.06.10
Interview
디지털 환경에서의 전시와 예술작품의 유통, 피어 투 스페이스(peer to space)와의 인터뷰

진행/글. 신하라

나사(NASA)의 온라인 갤러리에 업로드 된 영상 ‘Clair de Lune 4K Version’ 을 통해, 우리는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의 달빛(Clair de Lune) 선율과 함께 디지털 3D 모델 기술로 구현된 달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비롯해 나사가 공개한 자료들은 대부분 저작권 없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쳐(Google Arts & Culture)는 온라인 기반의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속 뮤지엄과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
일상생활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개인 방송, 소셜 미디어, 게임, 가상/증강 현실(VR/ AR) 체험은 인터넷, 기술, 거대 산업의 결합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라 시청각적 경험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과 이에 반응하는 행위 역시 변화했고, 예술 시장, 기관, 아트 스페이스, 그리고 작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예술 작품이 선보여질 수 있는 영역의 제한이 사라지면서, 많은 예술작품과 예술적 행위들은 이미 인터넷과 가상 공간 안으로 유입되었다. 작품들은 더는 정지된 공간 안에서만 연출되지 않는다. 이들은 유동적인 영역 안에서 직접 소통한다. 무빙 이미지, 사운드 및 인터넷 기반의 예술과 같은 비물질적 매체의 생산과 소비는 예술의 새로운 공유 방식을 도모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 글은 인터넷과 발전하는 기술환경 아래 예술작품이 어떻게 전시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몇몇 사례들과 디지털 큐레이팅에 관한 피어 투 스페이스(peer to space)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2019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 (CPH:DOX – Copenhagen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2019)은 VR:CINEMAINTER:ACTIVE 섹션에서 VR 영상들과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을 전시했다. 몰입형 환경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여러 기업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정치, 군사, 환경, 과학, 젠더,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한 주제들이 더 개인적 차원으로 인지될 수 있도록 전시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최근의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역시 CANNES XR 프로그램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시장 형성에 주목하였다.

베를린의 신데시스 갤러리(Synthesis Gallery)는 기술과 예술의 몰입형 융합이라는 컨셉으로 VR 작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공간이다. VR 프로젝트를 포함해, 실시간 프로그래밍으로 진행되는 시청각적 설치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합성적 풍경(synthesized landscape)의 경험을 제시한다. 신데시스 갤러리도 참여한 바 있는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는 베를린 기반의 연례행사이자 기관이다. 작가, 연구자, 활동가, 사상가들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포스트 디지털 관점의 실질적인 논지를 제시하고, 전시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콘퍼런스, 워크숍, 미디어 및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비평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한 칼스루에의 ZKM (ZKM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은 슈투트가르트의 아카데미 슐로스 솔리투드(Akademie Schloss Solitude)와 함께 웹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 세계의 작가들은 특정 기간 ‘웹’ 상에 거주하며 디지털 아트 및 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 네트워킹 등의 실험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기술과 사회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며, 완벽하게 완성된 작품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과 프레임 워크 설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스(DIS)는 온라인 기반의 인터렉티브 매거진을 운영하며 시작된 단체이다.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 디스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되었다. 넷플릭스(Netflix)처럼 월정액 결제를 통해 디스가 제공하는 비디오 시리즈와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다타 에디션즈(Daata Editions)에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의 일부를 미리 보고, 듣고 혹은 경험한 후, 작품의 에디션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작가 자신과 작품을 스스로 브랜딩하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별적 작가들의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와 관람자는 온라인에서 직접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전자상거래의 법적 방침을 기반으로 작품의 방향과 가치관에 따라 작가들은 주로 스스로 거래 규칙을 세운다.

매체에 대한 근래의 접근 방법들은 보다 폭넓은 관람객의 범위를 상정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동시대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잠재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여러 사례는 다소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매체의 특성에만 결부된 작품의 제작, 전시, 감상에 대한 방법적 대안과 담론생산에 치중되어 있다. 더 넓은 개념의 공간을 확장하고, 예술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의 아트 플랫폼 형태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저작권의 가치, 에디션의 범위, 전시 이후의 아카이빙 및 유통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들도 함께 상정 할 수 있을지 더 많은 논의와 실험이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피어 투 피어 네트워크(peer-to-peer network)는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각각의 개별적 노드(node)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뜻한다. 이는 오늘날 미디어와 개인이 소통하는 구조와 유사해 보인다. 피어 투 스페이스는 피어 투 피어 개념과 더불어 온/ 오프라인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주변 이슈들의 다양한 맥락과 접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래는 피어 투 스페이스의 디렉터이자 헤드 큐레이터인 티나 자우어랜더(Tina Sauerlaender)와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페기 쇠네게(Peggy Schoenegge)와의 인터뷰.

:DDDD: 피어 투 스페이스는 피어 투 피어 네트워킹(peer-to-peer networking)의 개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예술 공간이다. 공간이 가진 의미는 예술 공간으로서 이미지가 자유롭게 복제, 변형 및 배포되는 인터넷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티나 자우어랜더/페기 쇠네게: 피어 투 스페이스의 전시들은 특정 장소와 결부 될 필요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인터넷은 우리가 물리적 장소로부터 분리되어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한다. 새로운 기술은 원거리를 연결하여 네트워킹과 교류를 촉진하는 근접성(proximity)을 창출한다. 전 세계 예술가들 간의 데이터, 이미지, 작품 및 커뮤니케이션의 교환이 보다 용이하게 되면서, 국제 전시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DDDD: 이에 따라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어떤 대안적 전시의 형식을 시도하는가?

:티나 자우어랜더/페기 쇠네게: 국제 전시 플랫폼인 피어 투 스페이스는 다양한 국제적 예술 기관들과 협력하며, 전시는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한다. 우리는 ‘claiming-needles.net’ 이나 ‘mermaidsandunicorns.net’ 과 같은 온라인 전시회를 조직하고 기획하는데, 각 사이트에는 전 세계 작가들의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며 전시는 24시간 언제나 무료로 접속 할 수 있다. 현실적 공간에 설치하기 위해선 막대한 수고가 필요한 이러한 종류의 전시는 인터넷을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해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전시의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전 세계 어디서든 전시될 수 있다.

:DDDD: 현재의 디지털화된 사회와 인터넷 기반의 시각 문화에서 예술을 향한 개인적 미적 경험은 어떻게 변해 왔다고 보는지?

:티나 자우어랜더/페기 쇠네게: 가상과 물리적 공간의 융합이 증가함에 따라 예술은 뮤지엄, 화이트 큐브 갤러리 혹은 아트 페어와 같은 전통적 의미의 ‘예술을 만들어내던’ 장소에서만 볼 수 있지 않다. 예술은 웹 사이트, 소셜 미디어 플랫폼 또는 앱으로 확산하였고, 작가는 직접 관객과 소통한다. 관객은 인스타그램처럼 예술과는 다른 목적을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식한다. ‘밀접하게 얽혀있는 예술과 일상’과 같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일반적 표현을 볼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예술이 어떤 새로운 표적 집단에 이른 것을 의미하지만, 예술은 또한 셀카 사진과 같은 시각적 표현의 또 다른 형식과 구별하기 쉽지 않아진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셀카 사진을 게시하는 것처럼 많은 작가들이 예술적 행위로서 셀카를 사용하고, 배포하는데, 그 둘은 미학적으로 닮았다. 작품에서의 셀카와 일반적 셀카 사이의 차이점은 단지 그것을 정의하는 것에 달려 있다.

:DDDD: 이러한 것이 새로운 아트 씬(art scene)을 만든다고 생각하는지?

:티나 자우어랜더/페기 쇠네게: 그렇다. 아트 씬 자체가 변화한다. 예를 들어, 아트 씬은 점차 각기 다른 씬들로 구분 지어 진다. 그러나 각 씬에 대한 가시성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창출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잠재 관객에게 도달 할 수도 있다. 가상 현실이나 증강 현실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사람이 예술에 참여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다.

:DDDD: 미디어 아트 유통에 관련하여 주목하고 있는 점이 있는가?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무엇인가?

:티나 자우어랜더/페기 쇠네게: 우리는 국제적 차원에서 사회, 정치, 포스트 식민 또는 미디어 관련 환경 아래, 디지털 시대의 삶을 반영하는 디지털 예술 및 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가시성을 창조해 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가상 현실이라는 매체는 디지털 아트를 위한 새로운 유통의 방식을 제공한다. 전시는 관람객이 가상의 영역을 물리적 공간처럼 인지하는 가상공간에서 전적으로 열릴 수 있다. 관람객은 가상 공간 속에서 스스로 가상의 신체 사이즈에 견주어 공간의 규모를 실감한다. 이곳에서는, 박물관과 유사하게도, 눈앞의 유물들을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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