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rgrt
mnm
bgo.la
2020.05.01
Info

mnm x bgo.la, rgrt, 2020, interactive media,1080p, 16:9, 15'20''

죽은 자와 남은 자는 조우하지 못한다. 다만 서로를 향한 상념이 둘을 잇고 있을 뿐이다. 남아 있는 자는 이미 떠나간 이를 놓지 못하기에 떠나간 자는 언제든지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으로 남는다. 상대를 놓지 못하는 건 죽은 자도 마찬가지이다. 떠나온 것에 대한 복잡한 기억들이 얽혀 우리가 흔히 유령이라고 지칭하는 그 무언가로 남아 떠돈다. 온전히 만날 수 없는 이 둘은 다만 서로를 향한 상념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연결의 시도가 음원 「rgrt」와 동명의 미디어작업 곳곳에서 나타난다.

mnm은 정보값을 입력하여 알고리즘을 통해 소리를 만드는 사운드아티스트이다. 정보값을 입력하면 컴퓨터는 이 값을 알고리즘 프로세싱을 통해 처리하고 결과값을 도출한다. 같은 정보값을 입력하더라도 알고리즘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무수한 결과값들이 새롭게 생성(generative)될 수 있다. 전작에서 죽음, 두려움, 애도 등의 주제를 탐구해왔던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는 자살을 다룬다. 에 입력된 정보값들은 한국의 자살률과 관련된 수치들이다. 인간의 죽음은 이에 대한 감정을 느낄 틈이 없는 수치로 환원되고는 한다. mnm은 바로 이 건조한 수치들을 가져온다. 컴퓨터 프로세싱은 이 값을 우연적인 사운드값으로 출력하고, 작가는 이 값 일부를 다시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대화를 계속 시도하는 셈이다. 그 대화의 결과는 더이상 추상적이지 않다. 의 사운드는 죽음과 자살에 대한 저마다의 구체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이때 알고리즘은 관념과 감각의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다.

는 불가능한 매개의 연주이다. 떠난 이와 남은 이, 관념과 감각, 가상과 현실 세계, 인간 사용자와 컴퓨터 - 이 이항들이 합일될 수는 없다. 다만 양자의 경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의 알고리즘 프로세싱은 이 구분이 유효하지 않은 초월적인 영역을 만들어낸다. 이번 온라인 전시 작업에서는 mnm과 미디어아티스트 Bruno Gola와의 협업을 통해 이 초월적인 영역이 공간화되었다. 작업 내 무중력의 공간 속에는 8개의 구와 스크린 하나가 떠다니고 있다. 이 스크린에는 mnm이 「rgrt」를 연주하는 영상이 나타나는데, 디지털 공간과 실제 퍼포먼스를 했던 물리적인 공간의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실제 공간과 디지털 공간 사이의 구분이 모호한 매개되는 지점에서 관객의 유영이 이루어진다. 무중력의 공간을 떠다니는 8개의 구는 저마다 곡 「rgrt」를 구성하는 소리의 파편들이다. 관람자들은 이 구 사이를 움직이며 mnm이 만들어냈던 사운드와는 또 다른 저마다의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의 공간 속 연주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건너편에 있는 이에 닿으려는 불가능한 소리의 시도가 끊임없이 시도되며 공간을 채운다.

주의: 이 작업은 광과민성 발작 증상을 지닌 사람에게는 발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mnm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사운드 결과값이 도출하는 생성예술(Generative Art)적 작업을 하는 사운드아티스트이다. 또한 그는 청각을 넘어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 소리를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14년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2016년 우정국, 2019년 베를린 Zönoteka Gallery 등에서 전시를 하였다.

*bgo.la (Bruno Gaola)는 브라질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주로 코드, 사운드 그리고 전자 공학을 다룬다. 작가 홈페이지: https://bgo.la/

-글. 최윤정

Editions

Newsletter Subscription